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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과 생활

기운 빠지는 업무 그리고 사내 평가

by 후까 2019.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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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포스팅 한적이 있지만

나는 기가 센 한국 여자, 사무실 미움 받이이다.

사장이 한국 사람이지만 대부분의 직원이 일본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국 관련 아이템이나 화장품, 수출 수입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기에

대부분 나를 통해 상품 관련 업무가 진행된다.


때문에 나를 통한 업무에 기가 센 한국 여자 짜증나!! ~라는 사람도 있다.

친절하지 못한 이유는
속상해서.


나는 신상품 개발에도 관여를 하는 편이다.

화장품은 주로 일본인 부장이 컨셉을 잡는데,

컨셉은 두줄 정도.

<그냥 막연한 이미지를 말한다. 예를 들면 콜라겐이 들어간 미백 크림.>


그럼 수수께끼 같은 부장의 의도를 파악하여

한국의 화장품 공장을 수배하고 상의해서

샘플, 생산 수출입까지의 실무 작업은 나의 일이다.


물론 기가 막힌 화장품을 공장에서 만들어 준다.

나머지는 부장이 만들고 싶어 하는 화장품의 이미지에 맞는

디자인 컨셉을 디자이너에게 알리는 일도 나의 일이다.
실력있는 디자이너라 상품의 포장이나 홍보 페이지도 멋있다.


하지만 모든 성과는 기획자가 가진다.

나는 그저 공장에 전화 한 통 하는 연락자일뿐,

모든 공은 부장이 가진다.

--

나의 업무는 생산 실무, 무역
부장의 기획에 구체적인 상품을 완성해간다.

부장의 기획은 00성분이 들어간 비누.
성분이 비싸서 생산 단가 문제와, 용량을 줄였기에 싸게 보이는 문제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상태였다. 

처음 나온 비누는 이런 상태.

비누색을 독특하게 빨간색으로 만듭시다. 
비누 용량이 적어서 싸게 보이는데
비누에 각인으로 모양을 새겨 넣으면 비싸게 보일 겁니다.
이런 구체적인 안을 제안하여 부장에게 전달.

개선된 비누 샘플

샘플로 만든걸 거래처 보여준 부장은
어깨를 들썩이며 이걸로 가자고 휘파람을 불고,

본 상품이 생산되어서 일본 내에 유통
거래처의 반응, 모든 칭찬과 실적은 부장에게 돌아간다.


물론
부장의 인맥과 영업력에 기반하지만 왠지 씁쓸하다.


--


한 번은 신입 영업 사원이 거래처에서 의뢰받은
남자아기 소변기 수입이 있었는데,

기존 한국에서 판매하던 플라스틱제 소변기에
박스 디자인을 다르게 해서 수입하기로 했다.

남자 아기라는 컨셉이기에
온도에 따라 변하는 타겟 스티커를 옵션으로 달자고 제안하였다.

스티커는 의뢰한 거래처도 의도한 바가 아니었고,
구매 가격이 비싸질걸 우려해서 필요 없다 했지만
저렴하게 제작이 가능해서 스티커 포함으로 일본 내에 유통시켰다.

결과는 거래처의 고객들(엄마들)의 좋은 반응으로
스티커만 따로 생산해서 유통해달라는 의뢰까지 받았다.


하루는 사원들이 모여 간식타임을 가졌는데,
나를 싫어하는 남자 영업 사원이 신입 여자 영업 사원을 칭찬하며,
남자아이 소변기에 스티커 나가는 거 정말 신의 한 수라고

D짱 아니었으면 큰일 났다고, 대박이라며 칭찬을 했다.

D짱의 답이 충격..

D짱 : 그럼요, 제가 그거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데요.. 거래처에서도 난리 났죠 ^^

우와.. 어쩜 자기 상품이라고 저렇게 말하는지..

...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일본인끼리 자화자찬이 이어지는 중에

나는 내 음료수만 들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내가 나가는 걸 봤는지,

D 짱이 나와서 아.. 스미마셍.. 스티커 컨셉은 제가 아니라 후미상 아이디어예요.
후미상 아니 었으면 진행 안 했던 거였어요. 스미마셍.

신입이라 순수한 건지, D짱이 귀엽긴 했지만,
그 자리는 D짱의 실적을 칭찬하고 있었기에
내가 뭐 영업을 했나 실적을 만들길 했나..

찍..


--

화가 나서 내가 이제부터 제작할 때 뭐 아이디어 하나 내나 봐라 칫칫 칫 뿡뿡

이러고 있다가.


또 한 번, 부장이 아이디어를 요청한다.

이번에 만든 비누가 너무 잘 녹는데 거래처에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미션!
나를 물끄러미 본다.

물 끄 러 미//

나는 또 이 상황에..
일반 가정의 욕실 환경에서는 비누가 녹아버리니까
비눗갑을 옵션으로 넣어요.
플라스틱 비눗갑은 재고 감당 못하고,
스폰지로 하면 소량 생산 가능하죠,
스폰지 쪽이 통기성 흡수성이 좋으니까 물러지는 비누에 좋고,
크게 만들 필요 없고 딱 비누 사이즈로 만들면 안되나?
딱, 요만하게..

---> 컨셉 채용


BUT

좋은 아이디어는 그들의 실적으로 연결될 뿐.

쭈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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