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일과 생활

조선의 옻칠쟁이, 일본의 보석을 복원하다

후까 2025. 5.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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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구로 호텔 가조엔

도쿄, 메구로의 고요한 거리 한켠.
그곳에는 세월을 거슬러 살아 숨 쉬는 한 채의 호텔이 있다.
‘호텔 가조엔.’


한때 일본인들의 로망이자,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이 열리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우아한 호텔도 곧 휴식에 들어간다.
오는 10월, 경영권이 다른 손으로 넘어가며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위해 잠시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고, 호텔 가조엔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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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이란 단어조차 겸손하게 느껴지는 공간.
눈길 닿는 곳마다 정교한 옻칠이 반짝이고,
천장과 벽, 기둥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고 눈부신 ‘나전칠기’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토록 아름다운 장식은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다.
그것은 예술이고, 역사이며,
어쩌면 우리가 몰랐던
‘한국의 흔적’이 숨어 있는 공간이다.

사실, 이 옻칠들에는
조용한 진실이 하나 깃들어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은 조선에서 뛰어난 옻칠 장인들을 불러들여
이 호화로운 호텔을 장식하게 했다.
그들 손끝에서 나온 문양과 빛깔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텔’이라 불리는
가조엔의 정체성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정교한 예술도 닳고, 바래고, 깨어지기 시작했다.

보수가 필요해진 어느 날,
일본은 알게 된다.

이 옻칠을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일본에는 없다는 사실을.

그렇게 한국에 있던 한 장인에게 요청이 들어왔다.
칠예공 전용복 장인.

처음엔 작은 수리 의뢰였다.
일본에서 한 인사가 장인의 밥상을 고쳐달라고 부탁했고,
장인은 말없이 고쳐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일본인은 조심스레 부탁한다.
“혹시… 일본에 와줄 수 있겠습니까?”

도쿄로 건너간 장인은,
눈앞에 펼쳐진 가조엔의 모습에 숨을 멈췄다.

그가 해야 할 일은
그 옛날 조선 장인들이 창조한 예술을
다시, 되살리는 일이었다.

복원에는 무려 3년,
예산은 1조 원 규모였다고 한다.

이처럼 화려한 가조엔이
한국인 여행자에게 특별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유바바가 운영하던 그 신비한 목욕탕.

그 공간의 실제 모티프가
바로 이곳 가조엔이라 한다.

화려하고도 몽환적인 장식,
시간이 멈춘 듯한 복도,
작은 등불 하나조차도 생명을 지닌 듯한 이 공간은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한 번쯤은 꼭 들러보고 싶은 장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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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나는 가조엔에서의 조용한 아침을 누려보기로 했다.

호텔 안의 카페에서
크로크 마담’이라는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햄이 얇은 빵 사이에 깔려 있고,
위에는 반숙 달걀과 부드러운 치즈가 얹어져 있다.
특별한 건 없지만,
그 ‘별거 없음’이 오히려 이 장소와 잘 어울렸다.

바로 앞엔
한 시대의 기억이,
그리고 어느 장인의 땀방울이 깃든
반짝이는 옻칠의 벽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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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가조엔 도쿄

구글맵 https://maps.app.goo.gl/EuvDwS7ukMUHrU5o6

1 Chome-8-1 Shimomeguro, Meguro City, Tokyo 153-0064

25년 10월 폐관

공식 홈페이지 https://www.hotelgajoen-tokyo.com/

 

레스토랑 정보
PANDORA - 업종 카페

먹은 음식정보

크록 마담 1980엔 + 세트 드링크 990엔 (세전)

전용복 장인은
그 복원 작업의 총책임자로 나서게 된다.

그가 지휘한 복원은
정교했고, 진심이 깃들었으며,
결국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의 솜씨와 정신에 감탄한 일본 정부는
그에게 귀화를 권유한다.

하지만 장인은 이렇게 말했다.

“귀화를 권유 받았지만 하지 않았다.
귀화했으면 문화기금을 받아 편하게 일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선의 옻칠쟁이가 아닌가.”


빛나는 금과 자개 사이에 숨겨진 조용한 이야기.
그 화려함 뒤에는 장인의 혼과 자부심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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