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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친구들

잔치집, 초상집, 제사, 명절을 지내는 한국의 유교걸이 일본에 가면.

by 후까 2020.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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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있다 보면

아니 다국적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한국의 언니 동생이라는 관계가 아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친구관계가 형성된다.

 

하루 더 일찍 태어났다고 내가 언니다. 이런 거 없다.

히로코상도 그렇고 히카리상도 그렇지만 60대 이심에도 어린(?) 나를 친구라고 하신다.

 

 

선배나 이모나 언니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친구지 그럼 뭐야? 라시는데

아.. 친구지 선배님, 이모님이라고 하면 부담스러워하신다.

 

히로코상은 예전에 일본어를 지도해주셨기에 지금도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히카리상은 그냥 모임의 멤버, 동료이며 친구이다.

 

 

처음엔 이 나이 차이에 몸 둘 바를 몰라했지만 나이를 떠나 친구라는 게 몸이 배여 가면서 이 경계가 모호해진다.

특히 한국 사람인 나는
후배나 동생은 챙겨줘야지 하는 마음이 있지만

후배나 동생이 나를 챙기며 일본에서 잘 모르는 것 있으면 도와줄게 하는
그 마음에 동생도 친구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눠먹어야지 하는 것도 한국사람 특성이다.

회사에 과자 하나 사 와서 나눠먹는 건 한국사람뿐.

 

다들 보란 듯이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나 사각사각 혼자서 잘도 먹는다.

회사 안에서 도시락을 먹어도 자기 자리에서 혼자서 먹고

모여 먹는 일은 별로 없다.

 

정이 없는 것도 아니고, 국민성도 아니고, 개인주의적인 것도 아닌

그냥 그런 사회다.

내가 사 온 건데 내가 왜 줍니까.
왜 내 과자를 탐냅니까? 이런???

내돈내산내거임

모여먹는 일이라면

회의하거나, 작은 파티 하거나, 야식 사 왔을 때 정도는 모여 먹는다. (먹을 거에 몰려든다.)

한국 사람인 나만, 나눠먹어야지 마음이 편안하다

혼자 과자 먹고 있으면 주변에 미안해지는 한・국・사・람.

 

그런 토종 한국인이 내가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사람과 친구를 맺고 있는 게

지금도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기는 하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센다이 고객님도 전화통화만으로 고객이 아닌 친구가 되어서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 그러고 보니... 나.. 왠지 할머니들한테 인기가 많네???!!! 싶은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에게도 편안한 친구 관계이면서도,

한국 사람의 몸에 밴 어른 공경의 태도에 놀라워한다.

 

전철에서 자리 양보나, 엘베 버튼 누른다고 따다닥 뛰어가서 누르고 문 잡고 있거나

식당의 상석에 먼저 앉게 하고, 먼저 수저를 들면 따라먹는 행동.. 등

 

찐 유교 걸~

 

히카리상 집에서 식사를 대접한다고 멤버가 모였을 때도

부엌으로 달려간 사람은 나였다.

 

다들 다과가 놓인 테이블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었고,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음식을 테이블에 옮긴다고 그때야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타인의 부엌이라도 손 걷고 돕는다고 달려가는

한국사람의 마인드라

어쩌다 보니 부엌에 서있는 나를 발견한다.

 

 

히카리상이야 괜찮다고 손사례를 치지만.

눈으로 빠르게 스캔한 젓가락을 세고, 컵을 쟁반에 챙기는 눈치는

잔칫집, 초상집, 제사, 명절을 지내다 획득한 스킬이라
조건 반사 행동임을 알게 된다.

 

어쩌면 불편해 할 수 있는 행동이기도 하지만,

독특하다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에 엉덩이가 들썩이지 않는 한국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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