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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회사 생활

실패에 웃는 사람과 실패에 심각한 사람.

by 후까 2022.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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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주눅 들어 살아서 그런가..

실패에 매우 엄하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실수를 한 직원에게 짜증을 내거나

그거 어찌할꺼야!! 하며 갑질하는 드라마를 많이보고

한국 회사에 있을 때도 자주 봤어서

실수를 하면 겁 부터난다.

 

 

성적도 실적도 생활도

뭔가 실수를 하고 남이 볼까 눈치를 본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도

미간부터 찌푸려지고

아. c 어쩌지.. 하며 골치인데..

 

 

요즘 애들은 다르다.

워낙 사랑받고 자라서 그런지.

매우 밝다

 

 

**************

녹차 가루를 소분하는 작업을 했다.

여러 회사에 샘플로 보내는 작업인데

공장에서 10킬로 포대에 담아서 보내주었다.

 

 

 

A와 둘이서 녹차 포대를 세워 봉투 입구를 풀고..

가루가 날려 바닥에 비닐로 된 쓰레기봉투 큰 거를 여러 장 깔았다.

혹시 포대가 쓰러질까 봐 의자로 고정하며

소분하는 작은 봉투마다 용량을 맞추어 담는 중에..

바퀴 달린 의자가 후진하면서

10킬로짜리 녹차 가루 포대가 쓰러졌다.

풀썩..

대참사~~~

 

주변이 잔디밭이 되었다.

 

그 순간 나는 미간이 찌뿌러졌고......

아이 C 자동 발사

 

근데..........

A짱은 아하하하 박수를 치며 웃는다.

 

 

아니! 웃어??

 

 

나는 수습할 생각에 어쩌지 어쩌지 하는 중인데

 

웃어??!

멘털이 매우 신선했다.
나도 같이 털린 멘털에 헐..  피시시시식.. 영혼이 빠져나간다!!
<울고 싶음..>

 

 

식품이라 깨끗한 곳에 쏳아졌어도 버려야 한다.

아까워라.. 싶은 마음

늘 한 톨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근검절약 베짱이 마인드였기에

이걸 버려? 하는 짠순이 기질이.. 내 안의 화를 또 부른다.

 

 

A짱은 이거 우리 세안 팩에 쓰면 되겠네요

하며 다른 용기를 가지고 온다. (그래도 버리는 게 더 많지만.)

 

이거 회사 자산인데.. 싶은 마음.
녹차 가루 한 줌도 허투루 쓰면 안 된다는

새마을 운동가 같은 나...

 

이미 슬리퍼와 양말 위는 녹차가루 무덤이다.

 

아. 양말 벗어야 할 생각에.. 또 짜증이 나려는데..

세상 밝은 A짱은 이 피해현장 수습에도 맑고 밝다.

 

 

그 친구가 주눅 들지 않게끔 나도 멘털을 잡아본다.

치우면 돼 쓸면 돼, 빠른 원상복구! 가능 가능

 

 

샘플 보낼 수량을 채우고서 바닥에 버려진 잔해들을 조심조심 치우면서도

아까비 아까비.. 이건 또 언제 치워하며 마음이 불안 불편하다.

 

치울 걱정 피해 걱정 돈걱정 시간 등등을 그 순간에 다 계산하며
어이구 짜증 나 하는 나와

와.. 녹색 가루가 녹차빙수 같을 줄 알았는데
곰팡이 같네요 하며 깔깔거리는 A.

 

내 맘에 곰팽이가 낀 거 같구나. ㅠ

 

마스크까지 녹색으로 변해버린 이 상황에
조심조심 바닥을 치우고 큰 녹차 포대를 다시 조이고

청소기로 남은 가루들을 빨아들이면서

대청소 할 일을 만들어버린 상황에 화가 났지만

분풀이할 일은 아니었다.

 

 

포대자루가 양이 줄어가며 의자를 밀어냈기에 생긴 불상사인데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라며
괜찮다고 위안을 한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되는데

괜히 짜증 부리고 스트레스받고

미간에 주름이나 만들어 버린 건 나였다.

 

드라마 대로라면!!

너 이거 어떻게 할 거야 하며 짜증 부리고 갑질 부려야하는데...

어차피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왜 남 탓하냐

갑질이다 흐즤마라.. 내 조동아리 단속을 한다.

 

 

 

A짱 말대로 흘려버린 녹차가루를 싸서

녹차팩이나 해야지........... 하며 나도 퍼담고 있다...
<신경질은 나는데 미용에는 또 신경을 써야 하니까>

 

뒤처리까지 깔끔한 마무리에 아무도 이 일에 불평하지 않고
질책하지도 않는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고
심지어 아무도 돕지도 않는다..
<기본 누군가 청소기라도 끌어와야 인지상정 아님??... >

 

아무도 칠칠이 팔푼이라 하지 않기에

괜히 맘 졸이며 짜증을 부리고 화내려 한 내가... 쫌쫌따리 같다는...

등짝 때릴 누구도 없고.
녹차 아깝다며 혼낼 사람도 없다.

 

실수는 실패는 용서 못해!!

이런 영화 속 대화 같은 말에 익숙해져서인가???

 

요즘은 뭐 실수를 더 자랑하며 웹에 올리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그 실수담에 함께 공감하며 웃어주는 사람들도 많은 걸 보면


이거 이래도 괜찮은 건가??????????? 익명이라 자신감이 생기는 것인가??
하는 요상한 불안한 기분. 짜증이 온몸을 감싼다. ㅎ

 

습관으로 다져진 불안한 마음은 사람을 쪼그라들게 한다.
하지만 그 실수가 꼭 불행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실수에 박수치며 깔깔거릴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은..
... 내겐 없지만.

불편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불편해한다.

 

 

혼자였다면? 내 실수에 관대했을까?
누군가 보고 있었기에 맘이 불편했던 것일까?
아니면 뒤처리할 거를 미리 걱정했던 것일까..
완벽함을 추구했는데 실수한 나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인가?

다 해당되는 내용인 듯..

그래도 있을 수 있는 실수이고 치우는데 좀 힘들었지만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해프닝으로

끝난 일.

질책할 일도 질책받을 일도
아무 일도 아니었다.

 

많은 경쟁과 시험속에 인정을 받기 위해 매달려 살아왔다..
흔한 평가의 잣대안에 들지못하고
합격점수를 받지 못했다 해서 잘못된 인생은 아니다.
 
그 경쟁속에서 나도 노력했고 열심히 해왔다.

실수하면 지적당하는 문화에 절여져 있다.
 
똑같이 다듬어진 나무여야 안심이 되고
삐죽 튀어나왔다고 불편하게 본다.

하지만 덜 다듬어진 실수투성이 반쪽짜리하고 해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 왔다는 것,
 
이렇게 웃으며 살아있다는게 대단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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