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주눅 들어 살아서 그런가..
실패에 매우 엄하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실수를 한 직원에게 짜증을 내거나
그거 어찌할꺼야!! 하며 갑질하는 드라마를 많이보고
한국 회사에 있을 때도 자주 봤어서
실수를 하면 겁 부터난다.
성적도 실적도 생활도
뭔가 실수를 하고 남이 볼까 눈치를 본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도
미간부터 찌푸려지고
아. c 어쩌지.. 하며 골치인데..
요즘 애들은 다르다.
워낙 사랑받고 자라서 그런지.
매우 밝다
**************
녹차 가루를 소분하는 작업을 했다.
여러 회사에 샘플로 보내는 작업인데
공장에서 10킬로 포대에 담아서 보내주었다.
A와 둘이서 녹차 포대를 세워 봉투 입구를 풀고..
가루가 날려 바닥에 비닐로 된 쓰레기봉투 큰 거를 여러 장 깔았다.
혹시 포대가 쓰러질까 봐 의자로 고정하며
소분하는 작은 봉투마다 용량을 맞추어 담는 중에..
바퀴 달린 의자가 후진하면서
10킬로짜리 녹차 가루 포대가 쓰러졌다.
풀썩..
대참사~~~
주변이 잔디밭이 되었다.
그 순간 나는 미간이 찌뿌러졌고......
아이 C 자동 발사
근데..........
A짱은 아하하하 박수를 치며 웃는다.
아니! 웃어??
나는 수습할 생각에 어쩌지 어쩌지 하는 중인데
웃어??!
멘털이 매우 신선했다.
나도 같이 털린 멘털에 헐.. 피시시시식.. 영혼이 빠져나간다!!
<울고 싶음..>
식품이라 깨끗한 곳에 쏳아졌어도 버려야 한다.
아까워라.. 싶은 마음
늘 한 톨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근검절약 베짱이 마인드였기에
이걸 버려? 하는 짠순이 기질이.. 내 안의 화를 또 부른다.
A짱은 이거 우리 세안 팩에 쓰면 되겠네요
하며 다른 용기를 가지고 온다. (그래도 버리는 게 더 많지만.)
이거 회사 자산인데.. 싶은 마음.
녹차 가루 한 줌도 허투루 쓰면 안 된다는
새마을 운동가 같은 나...
이미 슬리퍼와 양말 위는 녹차가루 무덤이다.
아. 양말 벗어야 할 생각에.. 또 짜증이 나려는데..
세상 밝은 A짱은 이 피해현장 수습에도 맑고 밝다.
그 친구가 주눅 들지 않게끔 나도 멘털을 잡아본다.
치우면 돼 쓸면 돼, 빠른 원상복구! 가능 가능
샘플 보낼 수량을 채우고서 바닥에 버려진 잔해들을 조심조심 치우면서도
아까비 아까비.. 이건 또 언제 치워하며 마음이 불안 불편하다.
치울 걱정 피해 걱정 돈걱정 시간 등등을 그 순간에 다 계산하며
어이구 짜증 나 하는 나와
와.. 녹색 가루가 녹차빙수 같을 줄 알았는데
곰팡이 같네요 하며 깔깔거리는 A.
내 맘에 곰팽이가 낀 거 같구나. ㅠ
마스크까지 녹색으로 변해버린 이 상황에
조심조심 바닥을 치우고 큰 녹차 포대를 다시 조이고
청소기로 남은 가루들을 빨아들이면서
대청소 할 일을 만들어버린 상황에 화가 났지만
분풀이할 일은 아니었다.
포대자루가 양이 줄어가며 의자를 밀어냈기에 생긴 불상사인데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라며
괜찮다고 위안을 한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되는데
괜히 짜증 부리고 스트레스받고
미간에 주름이나 만들어 버린 건 나였다.
드라마 대로라면!!
너 이거 어떻게 할 거야 하며 짜증 부리고 갑질 부려야하는데...
어차피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왜 남 탓하냐
갑질이다 흐즤마라.. 내 조동아리 단속을 한다.
A짱 말대로 흘려버린 녹차가루를 싸서
녹차팩이나 해야지........... 하며 나도 퍼담고 있다...
<신경질은 나는데 미용에는 또 신경을 써야 하니까>
뒤처리까지 깔끔한 마무리에 아무도 이 일에 불평하지 않고
질책하지도 않는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고
심지어 아무도 돕지도 않는다..
<기본 누군가 청소기라도 끌어와야 인지상정 아님??... >
아무도 칠칠이 팔푼이라 하지 않기에
괜히 맘 졸이며 짜증을 부리고 화내려 한 내가... 쫌쫌따리 같다는...
등짝 때릴 누구도 없고.
녹차 아깝다며 혼낼 사람도 없다.
실수는 실패는 용서 못해!!
이런 영화 속 대화 같은 말에 익숙해져서인가???
요즘은 뭐 실수를 더 자랑하며 웹에 올리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그 실수담에 함께 공감하며 웃어주는 사람들도 많은 걸 보면
이거 이래도 괜찮은 건가??????????? 익명이라 자신감이 생기는 것인가??
하는 요상한 불안한 기분. 짜증이 온몸을 감싼다. ㅎ
습관으로 다져진 불안한 마음은 사람을 쪼그라들게 한다.
하지만 그 실수가 꼭 불행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실수에 박수치며 깔깔거릴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은..
... 내겐 없지만.
불편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불편해한다.
혼자였다면? 내 실수에 관대했을까?
누군가 보고 있었기에 맘이 불편했던 것일까?
아니면 뒤처리할 거를 미리 걱정했던 것일까..
완벽함을 추구했는데 실수한 나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인가?
다 해당되는 내용인 듯..
그래도 있을 수 있는 실수이고 치우는데 좀 힘들었지만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해프닝으로
끝난 일.
질책할 일도 질책받을 일도
아무 일도 아니었다.
많은 경쟁과 시험속에 인정을 받기 위해 매달려 살아왔다..
합격점수를 받지 못했다 해서 잘못된 인생은 아니다.
실수하면 지적당하는 문화에 절여져 있다.
삐죽 튀어나왔다고 불편하게 본다.
하지만 덜 다듬어진 실수투성이 반쪽짜리하고 해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 왔다는 것,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의견과 느낌을 적었습니다.
공감은 글 쓰는 힘이 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페이지 안의 하트 ❤ 를 눌러주시면 좋겠습니다.
(특정 국가와 단체, 상품의 왜곡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일본 회사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명함에 중요한게 빠졌다? (17) | 2022.05.07 |
---|---|
드라마 빠칭코를 편하게 보고 듣는 나. (15) | 2022.04.24 |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일본어? (16) | 2022.04.21 |
호렌소 - 일본의 업무 규칙- 우리회사에서는? (14) | 2022.03.24 |
회사생활 꿀팁! 가르치고 고치려는 걸 포기해야 트러블이 없다. (14) | 2022.01.13 |
고객님들의 독특한 상품평. (6) | 2021.06.20 |
일본인 직원들의 귀동냥 한국어 (7) | 2021.06.02 |
아동교육에서 쓰이는 긍정어 습관의 회사버젼 (9) | 2021.05.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