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다보면 한국 사람을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요새는 학생이나 직장인이 많이 늘어서 거리에서도 자주 보게 되는데 일본에 사는 사람이건, 관광이나 일로 오시게 되었건 속상한 한국인이 있어서 마음이 불편하다.
한번은 카마쿠라의 하찌만구라는 유명한 신사에 오랜만에 놀러간적이 있다. 한국에서 관광 책자에 많이 나오는 관광지이기도 한데 본당 앞에 넓은 정원이 있고, 연못이 있으며, 커다란 잉어와 커다란 자라가 연못에 서식한다.
본당 바로 앞은 화장실과 휴게실이 있어 사람이 많은데, 본당 옆이나 뒤쪽이면 사람도 적고 그 연못의 깊이도 얇아져서 마른 하천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있다. 그 사이 사이에 돌다리가 놓여져 있는 곳에서 남자 아이들 둘이 연못 쪽으로 돌을 던지고 있었다. 아이들 엄마는 그냥 옆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가까이 가서 본것은 아이들이 돌 위로 올라온 자라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던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큰 아이는 정확한 한국어로 이번에 꼭 맞출거니까 잘봐 너 잘봐 그러고 있고, 그보다 조금 작아 보이는 아이도 돌을 들고 형을 따라하는 듯 했다. 엄마는 아이들이 신사에서 살아있는 생물에게 돌을 던지는 것을 보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미 흥분한 아이들을 꾸짓기는 그래서, 아이 엄마가 전화를 끊은 타이밍에 말을 걸었다.
여기 신사에요, 아이들 저러는거 말리셔야죠
그랬더니 아이 엄마가 나지막히 [짜증나 정말] 그러며, 내말에 대꾸 않고 아이들을 향해 [야야 하지마 하지마]하며 데리고 가버렸다.
내가 뭐라고 해서 아이 엄마는 짜증이 많이 나셨지만, 신사에 오래 살아온 작은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고 생각없이 학대하는 아이들을 그냥 두는 엄마도 소름이 돋는다. (전화 통화하느라 모르셨겠지 싶다. )
지난주에는 포스터가 다 돼었다는 연락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까운 곳이라 받으러 갔었다. 돌돌 말린 포스터의 길이가 1.5m 정도 되어서 양팔로 안아도 사선으로 좀 삐져 나온터라 점심시간의 사람들을 피해서 이리저리 걸어가던중, 내 앞으로 걸어오던 이쁘장한 여자아이가 들고 있던 커피컵을 스쳤다. 그 여자아이는 빠르게 나를 피했는데 당황했는듯 그 이쁜 얼굴에서 나온 말이 (C)였다. 알아 듣지 못하는 일본인이라면 그래도 돼나? 그럼 지는 뭐 돼나? 싶은 마음에 하루종일 마음이 불편하였다.
하긴 자신의 진행을 방해하는 사람들에게 짜증섞인 말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자신의 짜증을 말로 표현할때 한국 사람이군요 라는 생각이 들면 좀 많이 씁슬 하다.
작년에는 회사 사장님의 친구겸 거래처 사장님이 오셨을 때, 길안내와 통역을 해주었는데 전철안에서는 큰소리로 [내가 뭔말하는지 애들은 아나? 뭔 상관이야. 나 내일 한국가. ] 전철안의 모든 사람이 불편한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부끄러움은 내몫이다. 그분은 하늘을 우러러 일절 부끄러움 없이 정말 당당하셨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그분이 묶으실 호텔에 안내해서 체크인을 도와주려는데, 호텔에서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다. 이 당당한 사장님께서는 여권을 척 꺼내더니 신용카드와 함께 닌자가 표창 던지듯 툭 툭 던진다. 그걸 호텔 직원이 받기전에 내가 손으로 후다닥 잡으려 했다. 여권은 잡고, 신용카드는 바닥에 떨어졌다. 사장님께서 [왜 그래에~ ] 그러신다. 사장님이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줍길래 내가 받아 건냈다. (법인 카드는 소중하지요)
편의점 직원에게 돈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더니 타국에서도 같은 행동을 한국 여권을 들고 당당히 하시기에 호텔 직원에게 부끄러웠다.
모르겠다. 나는 이곳에 오래 살았고 앞으로도 좀 살겠지만 이곳에서 본의아니게 한국인의 표본이 되어 내가 잘못하면 한국 사람 다미워하게 되고, 내가 잘해서 한국이 다 좋다는 것을 의식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를 기준으로 두지 않아도 한국사람이 저런다 하며 손가락질 당하는건 싫다.
중국인들의 관광 매너가 안좋다고만 욕하는데 우리도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
더군다나, 외국어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지금 불편한 말을 하는지 안하는지는 표정과 억양을 보면 안다. 그 불쾌한 감정도 느낀다.
내 느낌엔 이곳에서 그러다가도 알아들어 쳐다보면 당황해서 미안하다는 표정인 사람들이 많다. 미안하다고 잘 안하는 것도 우리네 습성이고, 서로 이해 하겠지 하는 것도 한국인 끼리의 부끄러운 텔레파시인것 이해한다.
외국에 오면 자유로워지고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건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행동인건지 모르겠지만. 한국어를 쓰고 한국 여권을 들고 있다면, 그로인해 한국 사람에 대한 그들의 인상은 어떨지도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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