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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과 생활

나를 싫어하는 일본인

by 후까 2018.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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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세다. 터프하다. 결단력 있다. 무섭다.

일본 남자들에게 한국 여자의 인상은 이러하다. (드라마의 영향도 있고)
나역시 기센 한국 여자라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여러모로 상처받는 일이 있다. 

일본에서 여자는 어린애 처럼 귀엽고, 여성스럽고, 친절함을 요구 당한다. ( 일반적으로..)
때문에 방송에서 보는 여자 아이돌의 목소리는 5살 여자애 처럼 말하고

행동도 아기 처럼 귀엽게 하며,

항상 쿠키나 케잌을 굽고 친절한 모습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유독 앵앵 거리는 여자애 들이 있다. )

 



할머니라고 다른건 없다.

한번 TV에서 78세라는 할머니가 목소리를 어린애 처럼 앵앵 거려서

[왜 저러지?] 한적이 있었는데,

귀엽게 보이려고 애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때는 이런 어린애 같은 목소리를 내는 어른들은

어릴때 버릇이 남아 성장이 안된건가?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근데 그게 아니라 애니매이션에 나오는 여자아이처럼 귀염 귀염한 말투가 사랑스럽다고 하기 때문이란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오너가 한국인이지만 일본인 직원이 대부분이라 오래 근무한 직원들은 한국 사람에 대해 곧 잘 이해해준다.

하지만 새로 들어온 직원이나, 외부 요청 직원 (고정급은 없으나 실적에 따라 급여를 제공하는 사원)은 한국인 (곧 외국인)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어느날, 외부 직원인 M앞으로 해외 택배가 도착했는데 확인해 달라는 메시지가 왔다. 
내용물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 메세지를 보냈는데 이번엔 역앞까지 배달을 해달라는 것이다. 

진심 우리회사랑 관계없는 물건이고 본인 사업용인데 회사이름 도용해서 받은 택배였다.

 


사정상 역앞까지는 못가니 역 까지올거라면 사무실에 와서 가져가라고 메세지를 보냈다. 

아마 M은 자신의 일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화가 난것 같다.

 

잠시 후 A짱이 잠시 역앞에 물건 가져다 주고 오겠다며 자리를 뜬다.

내게 통하지 않았으니 다른 여직원을 시킨것. (그걸 보니 화가 난다. 더 화가 난다.)

A짱이 자리를 비우자 다시 M에게 전화가 온다.

나는 그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굳이 A짱까지 배달을 시켜야 했냐고 핀잔을 주었다.

사내 상주 직원이라도 자기 자리에서 하는 일이 있는데 
자신의 개인 비서처럼 굴지 말아 달라고 한마디 했다.
(갑질 아님, 권력 남용 아님. 오지랍 OK)

 

며칠뒤, M이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A짱이 받았는데 수화기를 들수 없는 상태라 스피커 폰으로 받았다.

M이 전에 역까지 물건을 가져다 줘서 고맙다는 인사였는데,
그 물건은 역시나 우리 일과 상관 없는 다른 회사에 필요한 상품이었다.

게다가 A짱이 스피커 폰으로 전화를 받고 있는걸 몰랐는지,

내 이름을 언급하며 [여자가 아니야, 웃지도 않고 ]라는 말을 한다.  

A짱이 급히 수화기를 든다.

   허!!!  

이걸 다른 사원들도 같이 들었지만 전화를 끊고나서 일본인 사원들이 위로해준답시고 하는 말이, 일본은 그렇다고, 여자가 여성스러워야 한다고, 그래서 한국 여자들은 기가 쎄다고 하는 거라며 말이냐 막걸리냐...!!!
웃어줘야 하는건 뭔데? 여자 뭐라고오오!  

뒤끝 작렬하는 나는 M에게 더 친절할 생각이 사라졌다. 
전화가 오면 아주 건조하게 받고, 회사에서 만나도 흥흥 거린다.

그러니 당연 M도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피할 수 있다면 다 피하려 한다.

전화도 내가 받으면 찔끔하며 A짱 바꿔달라고 하고 내 뒷담화를 한다. (들리진 않아도 왜 문화차이라는 대화가 오고 갈까?)
여전히 나는 그에게 친절하지 않은 기가 쎈 한국 여자이다.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일본인 여자들의 대부분이 여성스러움을 매우 어필한다.

어린애 부터 할머니까지. 귀엽고 예쁘고 여성스러움이 풍풍 넘쳐난다. 기품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억지로 그런 틀에 맞추어 사는건가 의문이 들 정도다. 

 

한 친구는 회사에서 안경보다 컬러렌즈를 끼고 있는게 좋을거라고 들었단다.

왜? 라고 물었더니,

방문하시는 거래처 사장님들이 그런 귀여운걸 좋아하시니까.

그래서 손님이 오시면 차를 끊이는 직원은 따로 있고,

응접실에 서빙은 자신이 담당한다 하니

기가차서 거기 회사야 다방이야?하고 열폭한적이 있다.

 

하긴 경리언니가 80년대 회사 다닐때는
실내 흡연은 당연하고
남자직원들이 술마시면
여직원들이 접대부 역할을 했다고
그게 버블시대 습관이고 여성 멸시가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일본 여자애들의 걸음걸이도 특이해서,
기모노를 입을 때 신는 조리가 벗겨지지 않도록 안짱다리로 걸어다니게 한다고 어릴때 부터 교육한다는데,
다 커서 구두를 신어도 안짱다리로 걸어다니는 여자애들이 너무나 많다. 


왜그러나 싶어서 물어보니
그게 귀여워 보인단다. 

다른 회사에 갔을 때도 여직원들이 귀염 귀염한 얼굴에 아기같은 목소리로 안내한다.
시부야에서 교복입은 여학생중에 진짜 학생은 몇 없다고도 하고.

시부야 교복, 염색머리 화려한 화장은 학생 아니고 성인.

주말에 보이는 수수한 머리 노메이크 교복은 학생이라고 한다.

아무리 어려보여도 그렇게 진한 화장에 시부야에서 눈에 띄게 돌아다니는 찐 학생은 없덴다.

 

 


인터넷에 아기같은 여성에 대해 검색을 해보면,

귀엽다는 글도 있고,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귀찮은 존재라는 말도 있지만

그것이 사랑스러움이라 생각하는 경향이다.

아이스크림 광고 <꼭 누워서 스키(好き)라고 해야 하니?>

 

모두가 다 그런건 아니지만 여성적인 것에 대한 인식과 사랑 받아야 한다는 의식.

귀엽고 여성스럽게 행동하라는 것이 안스럽긴 하다. 

일본어 학교를 다닐 때 다국적 학생들이 모여 잡답 한적이 있었는데, 영어권 학생들이 주로 하는 말은, 일본 여자애들이 애같다고 그거 미국같으면 성장이 덜된거라고 놀림거리라고 한다.
거꾸로, 그런 애들이 너무 귀엽다는 미쿡인 오타쿠도 물론 있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곳의 여직원들은 위에서 서술한 아이같은 여성스러운 캐릭터는 아니다. 그냥 친절한 행동과 말투가 몸애 배인 정상적인 일본인이다. 내가 계속 한국식 색안경을 쓰고 보면서 동료들 까지 변태 만드는건 아닌지도 반성해야 한다. 

또, 일본인들이 그렇게 행동한다고 해도 한국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일본의 모습이 아니라 일본속에 오래전부터 물들어온 문화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또 보이는 것이 달라지리라 생각된다.

나를 싫어하는 M도,

일본인으로서 보는 인식으로 한국 여자인 나에게 그런 친절함을 기대했던건 아닌지.
그리고 나도 M의 부탁이 귀찮아서 싫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렇다고 우리 사업과 관계없는 일에 자기 직원인냥 와라 가라 하는건.. 아니지..

 

나는 나름 친절하고 상냥함을 지향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레벨에 맞춰주지 못하는 기가쎈 한국 여자다.
기가 쎄서 뭐! 느그들 좋으라고 내 노동력 허비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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