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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과 생활

귀여운 일본 할머니

by 후까 2018.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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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곳이 전에 포스팅 했던 가전제품의 메이커여서 구매자에게 직접 전화가 온다. 

상품 설명서에 문의처라고 무료 전화번호를 적어 놓기에 사용중 불편이나 사용 방법 등의 문의가 대부분이다.

한번은 어떤 할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구입한 오븐을 반품할테니 환불해 줄 수있는지에 대한 문의였다.

우리는 메이커이며 상품의 불량이 아니기에 구매처에 의뢰해 달라고 부탁했다. 

할머니는 그게, 전화를 걸어서 주문한 데인데 ( TV쇼핑몰 이었나보다) 그 전화 번호가 기억이 안난다는것이다.
그럼 상품이 배달 되었을 때의 택배 라벨이나 납품서 영수증은 없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도착한날 박스까지 전부 처분해 버렸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디서 구매 했고 어디서 배송이 되었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상품 구매 이력을 찾을 수 없어서 증명을 할 수 없으니 우리쪽에서는 도와 드릴 수 없다고 전달하자.

할머니는 거의 울것같은 목소리로

[그럼 어쩌지.. 이거 남편 모르게 산거라 구,, 작은줄 알고 샀는데 이렇게 큰 오븐이면 바로 남편이 내가 또 이상한걸 산걸 알아챈다구요!]

남편 몰래 샀다고 남편에게 한소리 들을까봐 걱정이라는 것.

전화를 받으며 손님에게 미안하지만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때문에 안심을 시키고 방법을 찾아 드려야 겠다고 하여, 구매처에 대한 정보를 알려달라고 했다. TV였고, 점심시간 정도 였으며 금액이 얼마였다는 정보를 얻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여 찾아보니 거래처의 오후 방송에서 판매했던 것이었다. 내용을 듣고 일단 전화를 끊은 후에 거래처로 전화를 걸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손님에게 문의가 왔고, 포장과 영수증 등은 처분을 하였으나 사용전임을 알렸다. 또, 거래처의 TV 방송에서는 2주안에 반품 가능이라는 조건이 있었기에 반품 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처리를 부탁했다. 

거래처와 원만히 해결하고 구매 내역을 확인 했고, 반품 환불이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방금 전에 전화 받았던 오븐 회사인데 이렇게 처리했으니 반품 환불이 가능하다고 알렸다. 그랬더니 목소리에 생기가 돌면서 정말 고맙다고 하며 남편은 자신이 구매하는것에 대해 불만이 많아서 자주 다툰다며 남편 건강을 위해 샀는데 알아주지 않는 남편이 속상하다며 하소연 하였고,

또한 며느리도 신식 요리에 빠져서 자기가 만드는 일본식 요리를 잘 먹지 않는다며 며느리 뒷담화를 하셨다. 

남편 욕과 며느리 욕은 세계 공통인가 보다. 


80이 넘었지만 지금도 건강하다고 자신이 먹는 약은 당뇨약 밖에 없느데 남편은 고혈압에 당뇨에 디스크 까지 왔다며 가정사를 쭉 설명하며 자신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이렇게 친절히 전화 받아 줘서 고맙다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서 할머니 귀여워! 하고 생각했는데 며칠 뒤 내 이름으로 택배가 하나 도착했다. 
일본 과자 였는데 발송자가 그 할머니 였다. 
귀하의 친절에 무사히 오븐을 반납 하였다고, 남편은 골프 여행가서 반품 될때 까지 보지는 못했으니 싸움이 날 일이 없었다고. 며느리는 왜 반품을 하느냐고 그냥 쓰자고 하는걸 보니 좋은 상품인거 같더라며 도움받은 고마움에 작지만 받아달라며 편지도 써주셨다. 

다시 손님에게 전화하여 과자 잘 받았다고 감사하다고 전화 했더니,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는 마음이니 받아 달라고 하셨다.

자신은 80세가 넘었지만 건강하고 즐거이 사는 것이고 할머니라서 자주 실수를 하지만 아직 치매는 아니라며 깔깔 웃으셨다. 

손님에게 가전 이외에 화장품도 취급 하는데 어떤 상품이 괜찮으신지 하고 물었더니, 더이상 예뻐질 수 없는 할머니라며 뭘 발라도 주름도 안펴지고 검버섯은 가려지지도 않으며 파운데이션도 주름에 다 낀다고 하신다.

 

자신은 여자아이라는 일본어로 女の子(발음: 온나노 꼬) 중에 꼬(子)는 오래될 고자를 쓰는 女の古(발음: 온나노 꼬)라고 하셔서 전화 상으로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화장품은 안쓰시더라도 비누는 사용 하시겠지 하여 나중에 비누를 보내 드렸는데 이번에 또 할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비누 고맙다는 인사라며, 앞으로도 자주 전화 하시겠다고 한다.

그 분에게서는 비누 구입건으로 정기적으로 전화가 온다. 주문은 30초면 끝나는데, 전화 올 때마다 그집 사정에 대한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남편이 강아지 산책 갔다가 굴렀다는 것부터, 며느리가 사줬다는 옷이 맘에 안들었는데 밖에 입고 나가니 다들 이쁘다고 해서 곤란했다는 등 이러저러 있었던 일들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나역시 전화가 뜸해지면 혹시 건강에 이상이 생긴건 아닌지 걱정이 되고, 다시 전화가 오면 안부를 묻고 건강을 바라는 통화가 반복이 된다. 할머니는 이제  전화 하실 때 회사이기 때문에 손님처럼 전화를 거시는게 아니라, 친구네집 전화 하는 것처럼 후미짱 있어요? 라고 묻는다. 직원들이 전화를 받으면, 00상 전화 라며 내게 전화를 돌려준다. 

80이 넘었다지만 여기 저기 예쁜 것을 보고, 좋은 글을 읽으며 이웃과 다정히 지내시는 귀여운 그 분과 전화 친구가 되었다. 
이제는 손녀 같다며 센다이로 놀러오라는 정도까지 되었다. 아직 만나 뵈진 못했지만 소녀 같은 그분이 항상 건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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