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도 기뻐해라 난감해도 괜찮다 해라

엄마는 해외사는 딸램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했다

그래서 김치 보내준다고 했는데..

나는 미리 걱정이 되는 것이다.

우리엄마 손이 크거든..

 

항상 조금만 보내라고 하지만

엄마 마음에는 그게 조금이 아니라 한 때 먹으면 땡이라는 양이라서

조금만. 조금만 더 넣다보면..

///

1년은 먹을 김장 김치가 오게 된다는 것.

 

요즘은 집에서 밥 먹는 일도 줄어서 김치도 줄지 않는데..

김치 보내줄까?? 라는 반가운 소리에

응... 했더니..

 

오..우.. 마이 갓.

아래 용기에 담아 보내심..

저거/// 드럼통임.

그.. 18리터 들어간다고 하던데..

 

엄마 말로는 4포기 담았다 라고 했고.///

집에 도착했을 때는

뚜껑이 살짝 부풀어서

뚜껑이 .. 로켓 발사 준비중인 상태로 도착했다.

 

 

우체부 형님도 으엉차.. 하면서 내려준 .. 짐.........

..

상자에서 꺼내려는데 도무지 들수 없어서

일단 눕혔다.

그랬더니 스멀스멀..

빨간 국물이 .. 김치김치한 국물이.. .졸졸졸..

그리고 노랑 테잎으로 돌돌 말은 테잎을 칼로 뜯자.

뚜껑이 뚜껑.. 하며 자동으로 들린다.

한마디로 로켓 발사 준비를 하는 중이다. ..

 

뚜껑아 진정해.. 나도 진정을 못하는 중인데
너라도 진정해라..젶알..제발

 

모든 테잎을 해체하면

바로 천정으로 뽕.. 날아갈까봐..

열려도 반만 열리라고 테잎도 반만 뜯었더니

 

세상이 뚜껑이 자동으로 열린다.

 

뚜깡!!팡.!

뚜껑을 발사하게 한 건..
덤으로 담은 파김치 봉투.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왔다.

 

아.. 오마니... 와아.. 오마니..

살짝 멘붕이 왔지만 김치 이런거 하루이틀 봤쒀??

나는 할 쑤있따..

하며 김치랑 낑낑 깽꺵.. 아이고 무거워

꺼내면서 튀는 김치 국물은

휴지 휴지 물티슈 벅벅.. 닦닦..

김치담을 용기를 다 꺼내서..

꺼내고 담고 꺼내고 담고

아이고 팔허리가..부들들..

..

김치 담을 용기도..

적량을 초과하여 없다.
남은 김치는.. 에라 몰라.. 다시 비닐 봉투에 담게 된다.

 

어찌저찌 현관에서 실랑이 하던 김치를 구조하고

하얗게 불태운 나...

그래서 엄마에게 전화하면서

잘 받았는데 힘들었다는 둥.. 궁시렁 거리고

전화를 끊고서는 후회를 한다.

 

보낸 사람도 생각해서 좋은 소리 해야지.. 왠 잔소리하는 딸램이냐..
지금 나의 기분은 이래저래 속상하다..

그래서 나도 엄마도 서로 맘 편안할 대안을 찾아야 했다.

 

 

넉넉하게 먹으라"는 엄마의 사랑이 담긴 김치였지만, 작은 냉장고에 다 들어갈 리 없었다. 

 

그리고 엄마가 보내준 이 김치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 살려야 했다.

다 먹어야 한다.

 

누구 누구에게 나눠줄 양을 빼더라도 양이 쫌.. 오바..

 

 

 

또한.. 우리집 냉장고 용량을 넘어버린 김치는.

음..

더이상 들어갈 구멍도 없어서..

남은 김치....

이.. 김치가 산타클로스 주머니 만큼한 .. 김치..

그리고 넘쳐나는 국물..

 

 

안되겠다. 너 도로 드럼통에 보관이다.

그리곤 냉동실에서 쌓아둔 얼음팩을 담아서

드럼통 냉장고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상온에 드럼통 냉장고가 얼마나 버틸지..

 

그래서 냉장고를 찾아본다.

김치냉장고가..
와인셀러로 최적이라는 글을 본적 있어서 와인 셀러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와인 셀러의 최저 온도는 4-8도 정도. 김치를 보관하기에는 적정 온도가 아니었다.

게다가 괜히 멋지게 전면 유리잖아.. 안에 든 건 김치인데.. 노노노..

 

냉동고를 사용하면 -18도의 온도 속에서 김치가 얼어버려 제맛을 잃게 된다.

일본에는 김치를 위한 전용 김치 냉장고가 있을 리 없었고,
설령 있더라도 좁은 집에 둘 공간조차 없다.

 

그래서 아마존을 뒤지고 뒤져 결국 고민 끝에 작은 냉장고를 하나 더 구매했다.

이제 김치는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되었고,

엄마의 마음도 함께 보관된 듯했다.

 

 

예전처럼 짜증만 내던 딸이 아니라, 이제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그게 다 몇 만 엔 쯤은 사버려...라는 결단력

물론 재력에서 오지만.

 

 

지금 엄마와 나의 스트레스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당연한 지출이다.

이로서 엄마의 정성과 사랑을 소중하게 지키게 되었다.

 

집에 하나 더 있는 작은 냉장고..

그렇게 작은 냉장고 하나가 엄마의 마음을 담아

오래오래.. 김치를 살아나게 해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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