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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과 생활

말을 예쁘게 하는 남자.

by 후까 2020.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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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끝나면 바로 집에가거나, 가까운 식당에서 요기를 해결한다.

주로 자주 가는데가 돈가스집인데

요가를 심하게 한날은 나오자마자 다리가 후둘.. 거려서 바로 밥부터 찾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도 돈가스를 먹으러 갔다.

내가 앉은 자리 옆에, 회사원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저 분도 혼자 왔구나 싶었는데

아저씨가 먼저 왔지만 내가 주문한것이 먼저 나왔다.

 

 

잠시후 어떤 여자분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며 들어왔고

남자분이.  "일하느라 피곤했지? 고생했어~ 나도 금방 왔어~"

 

 

 

보통 일본에서 오츠카레사마 라는 말..  수고했어요, 수고해요 수고하세요. 이런 말인데

너무 쉽게 쓰이고, 인삿말 같은거라 그리 특별한 말도 아니다.

근데 "피곤했지?" 이 말 한마디를 추가한 "오츠카레사마~"라는게

호오~ 말 예쁘게 하시네~? 싶었다.

 

내가 돈가스 먹으며 옆 테이블에서 뭔 말을 하는지 집중 할 필요는 없지만

그 말이 참 예뻐서 스마트폰 메모장에 그 말을 적어두었다
(보통 블로그 쓸 거리나 마음속에 생각나는거 적는 노트 같은거)

 

내가 누군가를 매우 좋아하면 그 사람이 나를 만나러 와주었을 떄

"오늘 일하느라 고생했지" 라는 말이 쉽게 나올까??
보통 "왔어?" 그러고 말지.ㅋㅋㅋ

 

 

내 옆자리 커플(??)은 젊은 편이 아니었고
40중반에서 50중반으로 보였다.

부부인지 커플인지 의심스러운 사이인지는 전혀 전혀 모르겠지만..

그런 대화가 오고가고, 여자분이 하는 일에 대해 맞장구를 치며 웃는 남자분의 예쁜말 스킬이

도시락 싸고 다니며 배우고 싶을 정도였다.

"네가 애쓰는걸 알고 있어", "그정도면 충분히 가능할거야", "기대에 못미치더라도 가치있는 일이야"등등

 

혹시 시인이세요? 싶을 정도로..

 

 

 

나도 본받아서 예쁜말 써봐야지 싶은 마음이 생기고

주말에 친구를 역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오랜만!!  예뻐졌네~ 네가 길 안내를 해준다니까 마음이 너무 든든해 고마워~"

 

친구의 놀란 얼굴 !!

"모~~ 뭐야.. 책 읽는거 같은데..  기분은 좋으네 ㅎ"

나도 어색하다 손발 오그라든다.~~

 

그리고 같이 걸으며 돈가스집 아저씨 얘기를 좀 하니.

그 아저씨가 말을 예쁘게 하는것도 맞지만

그런 얘기를 듣고 싶었던 내 심리가 그 말이 더 좋게 들렸던건 아니었는지??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살면 반겨주는 사람 없고,
하루 있었던 나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오늘 하루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들어주는 누군가가 그리웠던 건가 싶었다.

 

친구도 남편이 들어오면 하루 회사에서 있었던 불만같은걸 자주 말하는 편인데
요새는 일하고 돌아오면 서로 피곤해,
밥은? 애는? 이런 정도의 대화여서
서로의 피곤함에 짜증과 침묵이 우선되는것 같다고 한다.

 

회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면
남편은 넌 그래서 안돼..~ 라는 말로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해서
대화없는 가족이 되어가는데

남편이 그 아저씨처럼 진지하게 들어준다면

남편 열 부터 재보겠단다....

 

그래도 서로 싸움이 될지라도 서로 하루 있었던 일들을 풀어가며
공감하고 위로하고 위로 받는 대화는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되고, 머리속 잡념의 찌꺼기를 지우는 일인듯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는건 반대지만
뭔가 말로 풀어내야 속이 풀리고
그리고 예쁜말로 속을 채우면 그 날의 힘든일은 아무것도 아닌 날이 되는

그런 예쁜 말을 하고 싶고
그런 예쁜 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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