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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과 생활

한 밤중의 바느질.

by 후까 2020.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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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의 궁상스러운 공통점은

아낀다.
잘 안 버린다.
특히 누가 준거 소중히 해서 잘 버리지 않는다.

 

물건이 넘쳐나는 요즘.

뭐 더 예쁜 거에 관심이 가고, 기능이 더 좋으면 갈아타는데

내돈내산 물건이, 째지고 고장 나면 바로 버리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받은 물건은 기념이 되는 듯 오래오래 쓰게 된다.

내가 이걸 잘 쓰고 있다고요~~ 라면

준 사람이 뿌듯하고, 기뻐할 까 봐.

<정작 대부분의 사람은 준걸 까묵습니다.~>

 

 

지난번에 한국에 갔을 때, 엄마한테 얻어온 장바구니

 

자주 가는 슈퍼에서 더 이상 무료 비닐봉지를 주지 않아서.. 난감했는데

이 장바구니는 가볍고 부피 차지하지 않고 유용해서 너무 잘 쓰고 있다.

그런데.... 어제 보니..
옆구리 실밥이 뜯어져 구멍이 나는 게 아닌가...

실밥이 나풀나풀,

한올 풀리면 도미노급 주르르륵 풀리는 재질의 싸구리 장바구니..
<사실은 엄마도 어느 이벤트에서 얻어온..>
현수막 재질 비슷하다.

 

 

밤 11시가 지나서 고민을 하는데... 버리고 새 거 살까?

아님 꿰매어서 다시 쓸까? 를 30분 고민한다.

 

엄마가 준거라는 의미를 생각하고 옆구리 실밥 터진 것만 수습하면 될 것 같아서

반짇고리를 꺼내본다.

 

 

 

 

이 반짓고리 또한 어무이가 주신 건데..

오래되었다..
참. 어쩌다 너도 해외 살이 하는구나..(아??? 중국제던가??)

 

 

그래서 한밤중에 시작하는 바느질.

중학교 때, 자수 배우고, 면바지 만들어보는 실습 이후

양말 정도 꼬메 본 실력인데

직선으로 그냥 꿰매면 되는 바느질이 엉망이다.

실도 흰실이 아니고 바늘에 꼽혀있던 회색실로 그냥 쓴다.

괜히 실 길게 뽑았다가 중간에 엉키는 거 푸느라 시간을 소비한다.

 

저 엉킨 거 푸는데 쾌감 있다.
짱짱하게 묶여도 어째 잘 풀어냈다. ^^

 

 

삐뚤삐뚤. 으헤헤ㅔㅎ헤ㅔㅎ

시계를 보니 한 면을 둘둘 꿰매는데 20분 정도 걸린다.

중학교 때 실습으로 자수하던 실력은 -> 시험 점수가 걸렸기에 엄청 예쁘게 했지만

등불 아래 앉아삯바느질하듯이

장바구니 재생 작업을 옆면과 바닥면까지 꼬박 1시간 걸려 완성했다.

밤 1시.

 

 

버섯 그림 예쁘고 옆구리 터진 것과 실밥까지 잘 정리해서 완성!!

반짇고리 문 닫습니다 오쯔카레사마~

 

 

새로 살까 하다, 살려낸 장바구니로 돈 벌었네.. 하는 뿌듯함과

어무이가 주신 소중한 물건.

오래오래 빵구나면 기워내서라도 쓰고 싶다는 마음이다.

 

삐뚤 했지만. 뿌듯하다.

한밤중 여인의 바느질..

대단한 노동인 듯.

1시간 형광등 아래 쭈그리고 앉아 바늘 돌리고 찌르고 빼는 작업

아이고... 허리야..

 

재봉틀로 드르륵하며 옷 만들어 내시는 금손들이 급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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