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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과 생활

소중한 물건은 버리기 전에 물건과 대화 하라.

by 후까 2018.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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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 강박증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편이다.

특히 누군가에게 받은 물건은 작은것도 소중히 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라 더욱 그렇다.

나에게 20년된 파우치가 있다. 외출용 화장품을 넣고 다니는 작은 파우치인데 20년 전에 언니가 쓰던걸 받아서 지금까지 내 가방안에 항상 들고 다닌다.

 

천으로 된거라 흐믈거리는 것과 지퍼 손잡이가 없어진 정도이다.  사용에 불편함이 없다.

그걸 매일 들고 다니니, 언제적건데 지금도 들고 다니냐고, 너 돈버는거 어디쓰냐 새거 하나 사라 등등 좋은 의견을 많이 주시는 친구와 가족들이 계시다.

 

이번 한국에 갔을때도 가방안을 보던 언니가 너 아직도 이거 가지고 다니냐고 물어본다.

-○ 엉, 이거 언니가 준건데

-◎ 뭐? 내가줬다고?

-○ 응, 언니 00직장 다닐때

-◎ 기억안나

-○ 나도 왜 받았는지 기억 안나.

-◎ 근데 나 거기 그만둔지도 꽤 돼는데..

-○ 언니가 준거니까 안버리고 맨날 들고 다니지.

-◎ ....

 

그냥 누군가 준것에 대한 감사인 듯 나는 소중히 여긴다.

내가 산 물건은 편하게 쓰고 버리기도 한다.

사연이 있는 물건과 그 물건을 오래 잘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오래 잘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엄마도 나와 마찬가지다.
엄마의 창고(?)라 할 수 있는 장농에는 정말 골동품이 많다.

80년대 우유업체에서 비매품으로 나온 유리컵은 매우 상태가 좋은걸로 보아 한번도 쓰지 않은것 같고,

기저귀 천은 누군가에게 쓰려고 놔뒀다가 종이 기저귀 때문에 그냥 두었다고 하며, 유행이 지난 한복과 수선용으로 둔 한복 동전, 술이 다 빠진 오래된 노리개.

내가 초등학교떄 들고 다니던 손가방과 88올림픽 기념 수건, 색동 이불. 그리고 몸매가 바뀌어서 입지 못했던 부인복들

하나도 버리지 않고 장농안에 그대로 있다.

누가 보면 진짜 유물 발견이다.

 

엄마는 어쩌다가 그 장농을 한번씩 열어서 새로운 유물을 넣기 위해 안에 있는것을 꺼내고 버릴거를 정한다.

이렇게 할거면 그냥 다 버리지 왜 담고 있어요? 하면,

다 쓸데가 있다는게 엄마의 답이다.

 

요번에도 한국에 갔을때 장농 앞에 앉아 있길래 커피를 내리고 엄마와 장농앞에 앉았다. 
엄마는 안에 있는 물건을 하나 하나 꺼내본다.

이건, 아빠가 산에 갈때 쓰던 모자. 저거는 너 수학여행 갈때 들고 갔던 허리에 차는 가방..

다 하나도 쓸모 없어 보이는 물건 뿐이다.

 

엄마. 이거 이제 누구 줘도 안가져 가겠는데..

엄마는 한참 손에 쥐고 바라 보다가. 그취.. 이런거 요새 없지.

 

그러고는 모자와 대화를 한다.

이제는 버릴때가 된거 같네요~ 가실랍니까?

 

내가 답한다. 네 그동안 잘 잤습니다. 건강하세요 안녕..!!

 

그랬더니 엄마가 웃는다.

내 가방에도 묻는다. 오래 기다리셨네요~ 한번 더 쓸 수 있을까 했는데.. 가버려!

내 가방엔 좀 단호하다.


그리고 장농안에 이거 저거를 꺼내며 이것도 안필요하지? 이것도 그렇지.. 라며 나의 동의를 얻는다.

나는 엄마에게
나한테 묻지 말고 물건에게 물어보셔요~ 직접..

 

그랬더니 엄마는 그 물건들과의 추억을 중얼중얼 얘기한다.

그러다가 어떤것은 도로 장농안에 들어가고, 어떤것은 처분 대상이다.

 

아끼던 부인복은 몸매가 바뀌어 입지 못하는데 그건 그냥 걸어두신다.

 

왜 엄마? 그거 못입을거 같은데..

입을 수 있을거야. 살좀 빼면..

 

여자네. 크크

 

오래 오래 물건들과 대화를 나누시고 도로 감금형을 받은 물건과 맘편히 작별하게될 물건이 나뉘어 졌다.

간단히 분리하여 비닐 봉투에 담고보니 한가득이다.

 

이러니 좀 엄마도 후련한 모양이다.

추억이 있는 물건들이니 함부로 버리지 못하고 오래 간직하신 것이니 맘이 참 애틋했다.

하지만 그 추억을 물건들과 얘기 하면서 이제 너 쿨하게 보내준다 합의하니 못버리던 물건들이 술술 처리된다.

 

저녁에 자는데 엄마가 또 미련이 남는가 보다.

그건 버리지 말걸그랬나?? 하고

 

엄마에게,

엄마 미리 봉투 갈 애들 오래 오래 간직해주고 자꾸 꺼내서 말도 걸어줬으니 그것들도 즐거웠을거야. 지들끼리 소풍가는데 걱정마슈.
한 이틀 저거 버리지 말고 보관하면 그 안에서 나오는것도 들어가는 것도 있을거니까. 몇일 있다 버리죠.

엄마는 그렇게 마음의 짐이 조금씩 내려 간다.

 

 

뒷날 언니가 놀러왔다.

난 너한테 파우치 그거 언제 줬는지 어제 계속 생각했는데 아직도 기억이 안나.

그러니까 너도 뭐 소중히 하는건 고마운데 버려도 될거 같아.

 

 

언니가 파우치 새거 사주면 버릴께.....

 

 

나는 아직 파우치와 대화가 끝나지 않았으니 계속 가지고 다니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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