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일본의 오봉 휴가를 맞아 한국에 왔을때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미스터 션샤인을 보고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 개화기때 일본에서 온 낭인들이나 일본 공사관, 일본인 의사 등이 나와 드라마 속에서 일본어로 대화를 한다.
처음 들었을때는 저게 뭐야~ 일본어 이상해 라고 생각했는데, 회를 거듭할 수록 귀에 들어온다.
베테랑 배우들이라 발음과 억양까지 노력하고 있는것이 보였다.
내가 TV를 보던 그 날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프랑스 공사의 생일을 맞아 각국의 공사들과 생일 파티를 하던중에, 일본 공사 하야시가 영어로 말하는 장면이었다.
한국인에게는 좀 웃기는 장면일거라 생각된다. 일본인의 영어 발음이 너무 우수웠기 때문이다.
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하야시의 영어는
"마이 프렌도 바스데이 하하 이너프 푸도 안도 도링크..."
이 장면에서 하야시 공사는 영어 발음이 구리다고 조롱을 받았다.
아마 로건 부인이 다시 나온다면 그 명대사 한번 뿌릴 듯 싶다.
당신 잉글리쉬 개똥이야.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한장면
일본인은 "어"발음이 어렵기도 하고, 히라가나에 기준한다면 발음 할 수 있는 단어는 매우 줄어들기 때문이다.
모음이 아이우에오야유요 정도라 이 발음이 굳어진다면 뇌가 귀로 들은 발음을 혀로 표현 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 뿐만이 아니라 한국어를 발음하기에도 어렵다.
한국 거래처에 허사장님이라는 분이 계신데 너무 자주 일본에 오시기에 그분을 직원들도 익히 알고 있지만 "허"라고 정확히 발음하는 일본인 친구는 없다.
겨우 호사장이라고 발음한다. 그게 최선이다.
친한 여직원에게 한숨을 쉬듯 허~라고 해보랬더니 겨우 훠~어가 된다. 어쩌다가 허~어 까지 하니 가르친 보람이 뿌듯하다.
이 일본인의 영어 발음은 꼭 한국 드라마에서만 이렇게 나온건 아닌듯 싶다.
아주 예전에 일본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았을 때도 여주인공 쯔쿠시이가 어떤 대회에 나가서 영어로 말하기가 있었는데 "아이라브 마이 마자 마이 파자 안도 마이 브라자" 라고 했을때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몰라 꺼놨던 자막을 켜서 다시 보았다. 자막이 없었다면 못알아 들을 뻔 했다.
"I Love My Mother My Father and My Brother"였으니.
뉴스에서도 마찬가지다
NHK의 뉴스를 보다보면 아나운서가 예를들어
NHK.CO.COM를
[ 에느 에이치 케 돗또 씨오 돗또 코무 ]라고 말한다.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는 있어 보인다.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직원이 있었다. 여러 대화가 오고가다
영어로 o'clock을 오쿠록쿠(オクロック)라고 발음하기에 못알아 들은적이 있다.
어, 그거 혹시 어클락? 이라고 콩글리쉬 발음으로 말하니 그들의 알수 없는 부러움의 눈빛이 보였다. 자신들도 영어 발음이 좋은 사람이 부럽다고 하더라.
보통 일본 TV에 나오는 사람 중에는 영어가 유창한 사람들이 많다.
거의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
그리고 그렇게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TV에 자주 나오고 이 사람들을 칭찬하며 동경하기도 한다.
대부분 재미동포이거나 미국 유학생활이 길었던 사람들이다.
라디오 DJ, 혼혈 모델 등이 TV나 라디오에서 유창한 영어를 쓰며 무언가를 설명하면 너무나 멋있어 보인다.
일본인이 영어 발음이 안좋은 이유는 영어 발음을 가타가나로 표현하기에 더욱 그렇지 싶다.
TV에서도 영어가 나온다면 너무나 친절하게 가타가나로 발음을 알려준다.
한정된 발음이다 보니 발음해보면 좀 아니기도 하다.
와세다 대학 나온 친구도 영어 단어 외울때 사전에 가타가나로 발음이 써져 있어서 그 발음 그대로 외웠다고 하니 과한 친절이 부른 불상사 인듯 하다.
그렇다고 영어를 쓰는게 창피하다거나 그런건 없는것 같다.
외래어로 표현하면 뭔가 있어보이는 기분 때문인지 일상의 대화 속에 너무나 많은 외래어 표현들이 있다.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의 직함을 예로 들자면,
후도 코디네이타 (푸드 코디네이터), 웨브 아도바이자 (웹 어드바이저), 나비게이타 (진행자), 인스토락타 (지도자) , 아스리토 (운동 선수), 쇼유 소므리에 (간장 소물리에), 헤아 아티스토 (헤어 아티스트) 등등 외래어 사용이 유별나다.
방송에 초대된 일반인을 그렇게 소개해야 뭐가 좀 있어 보이지 싶다.
생활에 스며든 외래어가 너무 많아 영어를 잘 모르면 일본어로 대화도 잘 통하지 않는다.
일본어 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문자 어휘 시험에 얼마나 많은 외래어를 외워야 하는지 알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거래처에서 자주 듣는 말은
콘푸라이언스 (법령준수), 코스토 (가격), 스피도 (스피드), 바류에이션 (평가액), 콘토라스토 (대조), 아포인토 (약속), 레베루 (수준), 스키루 (기술), 인바운도 (내수) 등등 다양하다.
애써 일어 배워도 영어 모르면 사회나가서 말이 안통할 정도니까 자주 쓰는 단어는 따로 공부를 해야 한다.
일본어로 요코모지라는것이 있다. 요코모지 (横文字)라고 하며 이름 그대로 가로로 쓴 글자이다.
일본에서 나오는 책을 본다면 글이 세로로 적혀져 있는데, 보통 영어나 외국어는 옆으로 쓰기에 알지 못하는 글을 요코모지라고 부른다.
요코모지는 일본인 사이에서 핑계로 쓰기 좋다.
못알아 먹으면 [요코모지니까.], [요코모지 난 몰라] 라며 이런 변명은 꽤 빈번하게 쓰인다.
그렇다고 일본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는것도 아니다.
한번은 유명 관광지의 역안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나왔을때 밖이 공사중이라 안내 표지가 가려져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던 상황에 안전모를 쓰고 야광 안전봉을 들고 있던 아저씨가 유창한 영어로 "메이아이 헬프유"라 하셔서, 친구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영어로 물었고 그분 또한 영어로 답을 해주셨다. 내 짧은 영어 실력으로 들리는 말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큰 길이 보이는데 그길을 쭉...
공사판에서 안전모쓴 아저씨가 그리 유창하게 영어를 하실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했다.
일본의 젊은 인재는 영어 교육에 힘을 쓰고있고, 해외 연수 등을 통하여, 영어를 배우고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은 대학 진학율이 떨어져서 영어를 배우는 학생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에서도 영어를 기본으로 채용을 하는 업체도 있고, 몇해 전 부터 사내에서는 영어가 공용어가된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에 취업하는 인재는 한정되어 있어서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건 아닌지 하는 씁쓸한 마음이 있다.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 전시회에 갔을때, 많은 기업들이 영어를 잘 하는 직원을 전시회 부스에 두고 있다.
그들을 보면 발음도 좋고 표현도 풍부하다.
하지만 2~3년 새에 달라진 점은 중국인 직원으로 대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 일어, 중국어가 모두 대응이 되니 일본인 직원이 굳이 영어를 하지 않아도 되어 너무나 좋지 않은가?
일본의 경우 발음상의 문제로 영어 수준은 높아지지 않을거 같다.
어린이와 노년층에게 친절히 가타가나로 표현한 일본식 영어가 굳어지면 그대로 일본어로 사용하게 될 것이고 뇌와 혀가 인식하기 어려운 발음은 일본식으로 변형될 것이다.
발음이 안되어도 그들의 외국어 사랑은 계속 될것이기에 처음에 썻던 미스터 션샤인의 하야시 공사의 영어 발음은 그때도 그러했으며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꽤 그럴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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