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메일 함을 열었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메일이라 한동안 로그인 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자주 활용하던 메일이어서, 일본어 학원 다닐 때 각 국의 친구들에게 그 메일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동안 확인하지 않았던 미독 메일을 보던 중 내 생일 즈음에 보내진 메일이 있었다.

메일 타이틀은 언니 생일 축하해요라고 써져있다. 메일 내용도 그때 정말 일본어 열심히 배웠는데 한국 와서 다 까먹었다. 언니랑 같이 짝꿍 해서 배우는 게 즐거웠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메일 보낸다고 언니 잘지네세요? 라고.

그 이름을 검색하여 보니 그 친구와 주고받았던 메일들이 꽤 많다.
근데.. 이 메일을 보낸 아이의 얼굴과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너무나 친근한 말투에 둘 사이는 참 좋은 관계인 거 같았다.
예전에 주고받았던 메일은 학원에서 공부했던 내용들을 공유하고 맛있는 카페에 가서 뭔가 먹었던 거나, 같은 교실에서 공부했던 브라질인 하고의 일화 등등 모두 새록새록 떠올랐다. 근데.. 이 메일을 보낸 아이의 얼굴과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오래전이라고 해도 10년인데, 일본어 강습소를 그만두면서 그 후 그 친구는 한국으로 간다고 했고, 그래서 연락이 끊어졌다.  일시적인 관계로 유지하던 친구라고 여겼던 것일까?
관계 사회라서 그런 건가? 같이 다니던 학원에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이었는데 학원을 떠나고 나서는 영 이 친구에 대해 기억이 바로 나지 않는다.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이름을 잊고 얼굴도 잊히고 꽤 친했던 사이었던 거 같고 메일도 받았던 사이인데 그전에 잘 지냈던 친구나 특이했던 친구 이름은 기억이 나지만 그냥 그냥 연락이 없어지고 난 친구들은 이름과 나이 어떻게 만났었지 조차 기억이 안 난다.
페이스북에서 낯선 이름과 얼굴을 보는데 동생이었는지 언니 었는지 그 상황을 더듬어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내 뇌세포에서 기억을 다시 불러들이는 듯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 친구의 메일을 오랜만에 읽고서 아주 반갑게 그리고 친근하게 지냈던 옛일을 바로 떠올리지 못했던 관계를 가볍게 보고 사람을 가벼이 보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아 사람과의 관계를 귀찮게 여기고 다 그럴 거야 라는 선입견으로 잊어버린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단기간의 인연이라도 나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소중한 사람이다. 내가 그들에게 잊혀져있다면 서운하게 생각할것을 나는 그들을 가볍게 잊고 추억도 묻어 두고 있었다.
그 존재를 잊는다는 건. 미안한 거다.

Posted by 회사원 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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