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12월이면 일본 사람들은 신세를 진 사람 혹은 거래처에 오세보라는 선물을 보내고
내년 1월 1일 아침에 연하장이 도착하게 하려고, 연하장을 미리 써서 보낸다.
회사에 있으면 한 여름의 쥬겐, 겨울의 오세보를 받는데
대부분 멋진 과자 같은걸 보내주기에 나만 살찐다.
뭐 다 이런 달달한게 많이 온다.
쥬겐이나 세보를 받고 보내는 건 별 일 아닌데
연하장 쓰는 게 이게 또 일이다.
안 보낼 수 없다.
연하장 한 장 못 받는 사람은 인간관계를 생각해 봐야 할 정도니까..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센다이에 사시는 83세 고객님도 나와 몇 번 통화했다며 나에게 연하장을 보내주신다.
절친 히로코상은 매해 남편분과 다녀온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디자인해서 연하장을 보내주신다.
히로코상 따님은 새로 태어난 아기 사진으로 꾸며주기도 한다.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을 기록한 사진으로 연하장을 만들어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덜 친한 경우는 그냥 편의점이나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엽서로 보내기도 한다.
그런 경우 좀 성의 없다고 느껴진다고 간단한 디자인이라도 꾸며서 프린터 해서 보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럼 이 연하장을 언제 보내느냐?!!
우체국은 일본 전국의 연하장을 모아서
1월 1일 새벽에 각 가가호호에 배달하기 위해 시스템을 갖춘다. (알바 작전)
때문에, 취합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대부분
12월 25일 전까지 우체국에서 연하 엽서를 보낸다.
그럼 1월 1일 배송해준다.
그 이후가 되면, 1월 1일 아침 배송은 어려울 수 있고,
연휴 끝난 1월 3일 혹은 1월 5일쯤에 도착하게 되니까
조심해야 한다.
저 우표 아래 연하라는 글씨가 없으면
12월 25일까지 우체국에 가져가도 12월 26일 배달해주기도...(일반 우편 취급)
때문에..
각 집에도 연하장 발송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일단 가족 각자의 연하장 디자인을 하고.
보낼 사람들의 주소를 엑셀로 정리를 해서 전용 인쇄 프로그램을 돌리면
프린터에 세팅된 엽서에 자동으로 주소가 인쇄되어 나온다.
이걸 각 가족별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 디자인에, 볼펜으로 간단히 한 마디씩 적어서 보내기도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것만 쓰면 밋밋하니까
[00 짱 작년에 00 해서 00 했어. 그래서 올해는 00해.] 뭐 이런 식으로
단! 상대방은 1월 1일 아침에 받는 연하이고, 쓰는 사람은 12월에 쓰는 거라
쓰는 사람은 1월 1일 날 받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서 쓰는 거다.
과거의 일 보다 미래의 희망을 적는 거다.
서점에도 연하장 디자인 북들이 많이 나왔다.
연호가 바뀌었고, 내년 쥐띠해의 일러스트 등 CD가 수록된 책이다.
그리고, 주소를 엑셀로 정리하면 자동으로 프린터에 전송해서 엽서 한 장 한 장에 각 주소를 인쇄해주는 프로그램도 판다.
연하장에 관련한 책만도 책장 하나를 다 차지할 정도..
엽서는 옆 책장에 판다.
암튼 이런 엄청난 아~~트를 해서 보내야 하기에
나도 올해 뭘 디자인해서 보낼까?? 하고 고민이 된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의견과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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