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국제 택배가 왔다.
연말연시 휴가가 길어도 이 시국이라 가지 못하는데...
엄마는 내가 한국 갈 때마다 수삼을 달여 주셨다.
이번에 못 오니, 시중에 파는것으로 보내주신 거다.
근데 예전에도 이렇게 보내줬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엄마 아빠에게 투정을 부렸었다.
이렇게 비싼걸 왜 보내.. 언제 다 먹냐고..
너무 많아..
보내준 것도 고마운데 구시렁거리는 딸내미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짜증이 응석이었는지 모르겠다.
다 늙어서 고령인 부모님에게 응석 부리는 이상한 장면이지만
가족이라서 항상 그렇게 살아서 당연한 듯했는데
아버지 먼저 가시고나니 혼자 계신 엄마가 챙겨주는 이 보약은
남김없이 쪽쪽 다 빨아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청 무거운데 이걸 등에 지고서 우체국까지 걸어가서 보냈다는데..
예전이라면 그 말에 택시를 타지 하며 고생한 엄마 생각에 짜증을 부렸을 터이다.
이제야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이 나온다.
예전엔 뭐가 그리 투정이었는지..
그걸 또 응석이라고 셀프 해석하는 나 이지만..
보내준 정성은 생각 않고
내 생각만 하면서 매번 짜증만 냈었다.
근데 이제는 하나하나 고맙고 애틋하다.
짜증 부리던 투정 부리던 늙은 자식이
이제 어설프게 철이 들어가니
내가 짜증내면 엄마가 더 외롭겠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거다.
그러면서 짜증도 줄어들어가나 보다.
그래서 예전과는 다른 반응을 하게 된다.
천녹은 엄마가 먹어야지 엄마도 먹을 거지?
우체국에 들고 오느라 고생했겠네
이런 비싼 걸 넣어주다니 부자 엄마네 송금해야겠네..
두고두고 잘 먹을게. 정말 고마워
안 써보던 말들을 하게 된다.
아직도 철들려면 멀었다 생각하지만
이제야 조금 어설프게 철든 아이가 되어간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의견과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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