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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과 생활

솔직하게 다 말 할 필요 없어요. 상관 없는 말에 휘둘리지 말아요

by 후까 201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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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의 유입경로를 보니, 이전 포스팅한 [고객이 막말을 한다면]에 이어 [막말 고객 대응법]이 검색이 많이 된 것 같다.

여전히 감정 노동에 대한 대응 방법 등을 찾는 분이 많아 보인다.

"고객 막말 대응"이라는 검색에도 딱히 좋은 답은 없어 보이고,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감정 노동자들은 분노와 눈물을 감출 수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다니는 회사가 메이커이기에 여러 클레임 전화를 받는다.

일본이라고 점잖고 교양 있게 상품에 대한 문의를 하는 편은 아니다.

무턱대고 소리지르는 사람도 있고, 꽉 막히고, 말 안 통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처럼 울고 떼쓴다고 요청이 다 받아들여지는것도 아닌데, 울고 떼쓰다 화가 나고 폭언을 하는 사람들은 그러면 자신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줄 안다.


하긴 그런쪽이 업체 쪽에서 빨리 떨어져 나가라고 들어주는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블랙 리스트에 확실히 도장이 찍히니 재구매는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클레임은 환불과 교환으로 해결된다.

그 목적으로 전화를 거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우리회사의 클레임은 내가 담당한다. 나 역시 어마 어마한 부담이고 불만이다.
왜 나에요?
한국 사람 말투이며, 상냥한 일본어를 사용하며,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 말이 안 통하게 하는 능력? 이란다.


아이이 잉? 
오해 마시길. 저는 기가 센 한국 여자이지만 나름 샹냥합니다. 나름.(!!)


나름 오랜 기간 근무하며, 상품에 대한 지식이 있어서 담당일 뿐 다른 클레임에 대응하는 능력은 없다. 

클레임 대응에 대해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지만, 여러 강습을 다니기도 하고 클레임 대응 책도 읽으면서 조금씩 나름의 노우하우가 생겼다.

 

클레임의 해결은 고객의 마음을 달래고, 요구를 확실히 파악하면 대부분 해결되는데,막무가내 막말이 상품과 서비스와 관계없다면, 무대응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문제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상관없는 말로 괴롭히는 것에 대해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모자라니까 그런데 있지." - 상품과 서비스와 관계없음
"속옷 색깔 뭐야" - 상품과 서비스와 뭔 상관??

하지만, 물어보면 대답하라는 교육에 익숙해진 우리는 대답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고객에게 불쾌하게 대응하면 안 된다는 회사의 규칙에 고객의 악질 막막을 듣고만 있어야 한다. 
고객이라는 클레머도 자신의 감정을 퍼부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전화하는 거 같다. 

고객의 감정에 휘둘리면 정신적인 고통이 크다.
회사도 알아주지 않는 정신 노동인데 그런것에 아파하지 않아야 한다.
나역시 처음엔 너무나 분한 마음에 같이 들고 싸울까? 하기도 했는데 더 바보같은 정신 낭비는 안하는것이 좋은것이다.
 


한 번은 아주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 화장품을 사용하는데, 몇 번을 사용해도 바닥에 남은 화장품을 펌프가 다 끌어올리지 못하니 그것만 더해도 한통은 나올 거라며 새 거 하나 내놓으라고 전화가 왔다.

(바닥에 3미리 남으면 그냥 버리지 끝까지 사용하고 싶다는 클레임?)

화장품은 원래 오버 챠지 그러니까 100그램 상품이면 105그램 담아서 용량보다는 좀 많은 용량을 넣고 있다고 설명해도, 손님은 다 쓰고 싶은 게 손님 마음 아니겠냐고 한다.  (들어보니 그렇습니다.ㅋㅋㅋ)

 

살펴보니 2회 정도 구매 이력이 있다. 상품이 얼마나 좋았으면??? (.. 아니야 아니야..)
그러니 자신이 쓰지 못한 분량이 있으니 한통을 하나 보내란다.   (아주 많이 어이없음)
손님 이력상 2개 구입이라서 한 개를 무상 제공하는 것은 어렵다고 전달했다. 

펌프로 용액이 줄어드는 용기인데 투명이라 용액이 남은 것이 보인 게 문제였다.
화장품 용기의 문제라 대기업도 해결 못하는 건데, 딱 걸린 거다. 다른 회사 상품들은 이 문제로 안쪽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처리하는데 우리 상품은 투명이었다. (용기 선택을 잘못했다. 바보 멍탱이 슬프다)

손님은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운다. 
자신이 얼마나 애용하는데. 많이 샀는데, 잘 쓰는데.. (이 정도면 진짜 좋아하나 보다.. 라는걸 느끼는데)

나도 오기가 생겨서 아니 2미리 3미리 남았다고 한통 새 거 내놓으라면 우째라고.. 하고 있었다. 
이제 나와의 통화로는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서는 떼쓰기 작전인가 막말 대잔치를 벌인다. 

 

야, 너 한국인이지, 한국인이 뭘 안다고 그래? 일본인 바꿔!  
 손님 구매한 상품에 대해서만 얘기해주세요. 상품이 어떻다고요? 
내가 여기서만 산 줄 알아? 백화점에서 5개는 샀다고.
 손님 구매한 영수증 팩스로 보내주세요
그걸 지금까지 가지고 있을 리 없잖아.

 손님 구매 이력은 100미리 2개입니다. 나머지 백화점 구매 내용에 대한 영수증 증명을 해주셔야 합니다. 빈 용기 사진도 좋습니다. 
없어, 그걸 왜 가지고 있어
 손님이 불편하신 내용은 사진이나 영수증 등의 구체적인 근거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야, 너 이 돼지 같은,, 블라블라. 뭐하러 거기서 전화나 받고 있어 블라블라
 손님 그게 저희 제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영수증, 사진 쿠다 사이!!!
야. 어이가 없네. 내가 너네 상품 샀다고
 손님 그러니까 자료를 보여주시라는 겁니다.
없다고..
 손님. 손님 이력은 2개입니다. 2개로 미사용 용액에 대한 1개 무상 요구는 어렵습니다. 
왜 오애ㅗ애ㅗ왜 왜애애애 왜 안되네 나는 다 쓰고 싶다고.  다른 데는 다 되는데 왜 너희만 안된다고 하냐
 손님 지금 저희 회사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내용만 말씀해주세요. 타사 서비스와 동일하지 않습니다. 
화장품도 제대로 못 만드는 주제에, 시세이도 가네보에 비교도 안 되는 주제에 하청업체 주제에
 손님 타사 상품과 서비스는 타사에 의뢰해 주세요. 구매 증명을 해주셔야 합니다. 
하청, 어이 하청. 소비자청에 고발한다.
 
소비자청 먼저 전화 주시면 접수내용받고 저희가 전화드릴게요.
전화세 어쩔 거야!! 빼에에엑


짜증 나서 전화 끊으려다가. 잠시 기다리라 하고 전화기 보류를 누르고 히트 업한 열을 식히며, 사내 직원들과 클레임 내용에 대해 어찌할꼬 얘기를 하였다.   
이미 상담은 5분을 지나고 있었기에 그냥 환불하거나 하나 보내주자 라는 의견으로 좁혀진다. 
더 이상 손님과 밀당할 필요가 없고 나도 지치기에 고객의 바람대로 해주자고 부장님의 동의를 얻었다.

그래.. 그러자.. 그래 버리자.. 손님 원하는 대로 들어주자. 하여
아자.!!@ 기합을 넣고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아까 보다 밝은 목소리로

손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자사에서 구매 이력이 있으시고 저희 상품을 많이 애용해 주셔서 이번만 특별히 1개 무료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손님은 조용.... 갑자기 조용하다. 

손님.. 손님.. 듣고 계세요?
보내드릴 주소 전화번호 확인할게요. 구매 이력에 남은 00시 00동 000번지 000-0000-0000번 맞으시죠?

손님은 갑작스레 태도가 바뀌어서 놀란 듯하다. 
주소와 전화번호를 듣고 네. 네. 맞아요. 네 그런다. 

손님 자택 주소인. 00시 00동 000번지로 상품 1개 오늘 발송합니다. 
내일 받으실 수 있는데 수령에 문제없으신가요?
손님은 네. (답이 짧다. )

그럼 손님 자택 주소 00시 00동으로 오늘 배송합니다. (주소를 3번 말하는 것은 우리도 손님의 이력과 주소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

이 전화만으로도 기운이 다 빠진다. 주소도 알고 진짜 찾아가서 뭐라 한마디 해주고 싶지만, 그토록 1병 공짜로 얻기 위한 노력도 가상하다.
괜히 손님의 심기를 건드려 싸움이 나는 것도 피했다. 
손님이 틀렸다는 말은 안 하는 게 좋은데, 막무가내 고객은 무조건 목적이 확실한 사람들이니 오히려 쉽다. 대신 얄미울 뿐이다. 

우리 회사는 클레임에 대해 직원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으니 대부분 고객의 의견을 들어주어 해결하는 편이다. 
너무나 적나라하고 얄미운 사람들이 많지만 오래 싸워봐야  정신이 가출한다. 
가끔은 직원 4명이 돌려받기를 하며 고객의 진을 빼기도 하지만, 99% 고객의 의견대로 들어주는데, 절대로 모든 질문에 대응은 하지 않도록 한다. 

상품과 서비스와 관계없는 말, 폭언 등에는 우리 상품과 관계없는 것에는 대응하지 말자는 게 나의 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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